
안녕하세요. 변한의원 변기원 원장입니다.
유독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습니다.
40대 중반 남성이신데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데 손에 서류 봉투를 들고 계셨습니다.
앉자마자 봉투를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으셨는데 열어보니 지난 2년간의 내시경 결과지, 처방전 사본, 그리고 본인이 직접 손으로 쓴 증상 기록표까지 들어 있었습니다.
날짜별로 언제 속이 쓰렸는지, 뭘 먹었는지, 어떤 약을 먹었는지까지 꼼꼼하게 적어놓으신 상태였습니다.
그리곤 첫 마디가 이거였습니다.
"원장님, 저 진짜 오래 고생했어요."
표정만 봐도 만성속쓰림으로 오래 고생하셨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분은 2년 전부터 속쓰림에 시달리셨는데 그 당시에는 회식이 잦던 시기라 처음에는 술 때문이겠거니 하며 술을 줄이셨다고 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커피를 끊고 하지만 속쓰림은 여전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다 안되겠다 싶어 위내시경을 받게 되었는데 "경미한 위염 특이 소견 없음" 이라는 결과가 나왔고 위산억제제를 처방 받으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위산억제제를 먹어도 속쓰림은 여전했고 지금 만성화가 되어 만성속쓰림으로 진행되셨던 것입니다.
자세한 검사 전에 문진을 하면서 몇 가지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위산억제제를 처방 받으셨다면 위산 과다인데 공복에는 속쓰림이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밥을 먹고 나면 더 더부룩하고 답답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거릴 때도 있고 잠을 잘 못 주무신다고 했습니다.
위산과 관련없는 증상을 겪고 계셨던 것이죠.

그래서 본격적으로 진단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진단을 할때 체질, 소장, 위장, 대장, 뇌 기능 순서로 살펴봅니다.
그리고 소장 상태를 확인해봤는데 역시나였습니다.
소장 흐름이 막힌 상태였습니다.
위 바로 아래에 있는 소장이 막혀 있으니 음식이 제대로 내려가질 못하고 위장에 오래 머무르면서 소화를 방해하고 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음식이 위에 오래 머물면 발효가 되면서 많은 가스가 생기게 되는데 그 압력이 위산이 부족해도 밀고 올라가 속쓰림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분에게 말씀드렸습니다.
"김〇〇 씨, 위산이 부족해도 속이 쓰릴 수 있다는 거 알고 계시나요?"
"네? 위산이 부족해도요?"
위산 부족이라는 말을 하니 당황해 하셨습니다.
속쓰림 하면 위산 과다 이 공식이 너무 익숙하니까요.
하지만 속쓰림은 위장 속 위산이 전부가 아니거든요.
"그럼 저 지금까지 잘못된 치료를 받은 건가요?" 라고 물으셔서
저는 잘못된 건 아니라고 말해드렸습니다.
다만 절반짜리였다고 위만 봤고 병원에서는 소장을 들여다보지 못했을 뿐이라고..
만성속쓰림과 소화불량, 가슴 두근, 불면은 소장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소장 문제가 오래되면 자율신경에 까지 영향을 주거든요.

자율신경은 위장 운동, 위산 분비, 괄약근 조절 등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소장에 문제가 생기면 소장의 수많은 신경이 자율신경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 영향을 주고 받습니다.
그래서 소장에 문제가 생기면 자율신경 기능도 같이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자동으로 조절되던 위장 운동과 위산 분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하부식도괄약근도 조절되지 않아 위장에 머물러 있던 위산과 음식물이 계속 식도로 넘어가 속쓰림을 유발하는 것이죠.
이러한 정보를 처음 알게된 김〇〇 씨는 잠시 말이 없으셨습니다.
그러다 표정이 밝아지셨는데 이제 이유를 알았으니 고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겨서라고 하셨습니다.

희망을 품게 되신 환자분을 실망시켜드리지 않기 위해 저는 환자분에게 꼭 맞는 처방을 해드렸습니다.
첫번째, 막힌 소장부터 뚫어드렸습니다
소장이 제 기능을 찾아야 음식이 제대로 내려가고 위의 압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발효 한약으로 소장의 소화와 분해 능력을 높여드렸습니다. 그 후 약침으로 운동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집중했습니다.
두번째, 위산 분비 균형을 잡아드렸습니다.
위산억제제로 심하게 줄었던 위산 상태를 정상 궤도로 되돌리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맞춤 발효 식초로 부족했던 위산을 늘려드렸습니다.
세번째, 자율신경을 안정시켰습니다.
오랫동안 자율신경이 혹사당해왔기에 이를 안정시키기 위해 혈위를 중심으로 약침 치료를 진행했고 한약 처방에도 이 부분을 함께 반영했습니다. 그 결과 수면, 피로까지 함께 나아지셨습니다.
네번째, 식습관을 같이 잡아드렸습니다.
아무리 치료를 잘해도 먹는 게 엉망이면 아무것도 아니게 됩니다.
소화 흐름을 방해하는 음식, 위산 분비를 교란시키는 식습관을 구체적으로 짚어드렸습니다.
무조건 "맵고 짠 거 드시지 마세요" 수준이 아니라 체질과 장 상태에 맞게 이 음식은 왜 먹으면 안되는지 차라리 어떤 음식을 드시는 게 더 나은지 정확하게 짚어드렸습니다.

4주 뒤 내원하셨을 때 김〇〇 씨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원장님, 요즘 속쓰림이 덜해져서 잠도 잘 자게 되었습니다"
해당 이야기를 듣고 나의 일 같이 기뻐했습니다.
저는 많은 환자분들을 보았지만 환자분들이 좋아졌다고 할때마다 행복감을 느낍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던 분들이 밝게 웃으시면서 오시거든요.
그러니 만성속쓰림으로 힘든 나날을 견디고 계시다면 오늘 저희 일지를 보시고 깨닫게 되시거나 해결방법이 떠오르셨다면 지금 매일 하던 방법을 멈춰보세요.
그리고 내가 왜 아플까를 먼저 잘 생각해보시고 힘들다면 의료진의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혼자 해결 못하는 것도 분명 존재하거든요.
오늘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 저는 모든 분들이 건강했으면 하는 바램으로 진료를 하고 있으니 질환과 관련해서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면 언제든지 문의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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